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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홍콩 영화 <첨밀밀> 리뷰, 10년에 걸친 운명같은 사랑이야기

by u-bin 2022.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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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첨밀밀
영화-첨밀밀

 

 

영화 <첨밀밀> 1986~1996년  '격동의 홍콩'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토리

영화 <첨밀밀>은 1986년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같은 날 같은 기차를 타고 중국 대륙에서 홍콩으로 넘어온 두 남녀가 1996년까지 10년에 걸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사랑하고 헤어지고 운명처럼 다시 만나게 되는 이야기이다. 소군(여명)에게는 고향에 두고 온 약혼녀 소정이 있고 홍콩에서 돈을 벌어 그녀와 결혼하는 게 꿈이다. 이요(장만옥) 역시, 홍콩에서 돈을 벌어서 고향에 집을 짓고 꼭 성공하겠다는 의지로 억척스럽게 살아간다. 중화권에서 최고 가수인 등려군을 좋아했던 두 사람은 외로운 타지 홍콩에서 친구가 된다. 등려군의 노래를 위로 삼아 함께 들으며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동지'라는 말로 선을 긋지만 결국 서로를 깊이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솔직하게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감정을 억누른 채 각자 바라는 성공한 인생을 위해 멀어지게 된다. 그러나 만날 운명은 언제든 다시 만나게 되는 법. 소군의 결혼식장에서 몇년 뒤 다시 만나게 되면서 인연은 계속 이어진다. 각자 다른 배우자와 살게 되어서도 서로를 잊지 못하고 있던 두 사람은 더 이상 서로를 향한 마음을 거부할 수 없다고 느낀다.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 이요가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아서 두 사람은 다시 헤어지게 되지만 결국 각자의 이유로 혼자가 되고 시간은 흐른다. 서로 애타게 찾고 기다리지만 이 또한 엇갈린다. 결국엔 체념하고 살아가는 듯 보였지만 몇 년 뒤 또 다른 장소인 뉴욕에서 운명처럼 재회하게 된다. 마지막에 등려군의 노랫소리에 가던 길을 멈추고 서게 된 두 사람이 거짓말처럼 서로 마주 보게 되는데 그때 소군을 향해 환하게 웃던 이요의 표정은 가슴 아련한 첫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등려군의 노래는 영화의 전반적인 정서와 관련이 있다

'꿀처럼 달콤한'이라는 뜻의 영화 제목인 첨밀밀은 우리나라에서도 익숙하게 잘 알려진 등려군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등려군은 1970년대와 1990년대 대만, 일본, 홍콩 등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여성 가수였다. 11세 때부터 무대에 올라 16세 때 가수로 정식 데뷔해 큰 인기를 누렸고 1995년 4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등려군은 1980년대 초 중국이 개혁개방을 추진할 때 중국 대륙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다. 중국 당국으로부터 오염된 자본주의 문화의 상징이라는 오명을 받은 그녀의 앨범은 여러 차례 금지됐지만 불법 복제 테이프는 중국 전역에 유통되어 불티나게 팔렸다. 이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노래들은 모두 등려군의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소군과 이요가 중국 본토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공통분모가 등려군이었다. 이요에게 등려군의 노래가 상징하는 것은 소군에 대한 사랑이기도 했다. 뉴욕의 한 TV대리점 앞에서 두 사람을 우연히 마주치게 한 것도 등려군의 노래였다.

 

영화 <첨밀밀>이 더욱 의미 있었던 이유

영화 <첨밀밀>을 처음 봤을 땐 단순한 사랑이야기인 줄 알았다. 세월이 흘러 다시 보게되니,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영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10년간의 흐름은 모르고 있었던 그 시대 속 홍콩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 영화가 1996년에 개봉하였고 다음 해인 1997년에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었는데 그 이유로 홍콩의 중국 반환을 비유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장만옥을 홍콩으로, 여명을 중국으로 상징하는 것이다. 홍콩의 혼란했던 시대상과 맞물려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 청춘남녀의 삶이라는 이야기가 담겨있어 더욱 의미 있었다. 영화속 배경들은 그 시대의 숨결이 느껴진다.

아주 오래전 영화이지만 추억의 홍콩 영화를 꺼내 볼 때면 항상 <첨밀밀>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같은 영화를 어릴 때 보던 것과 나이 들어서 다시 볼 때의 감정은 다르다고 느낄 것이다. 어릴 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어른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고 이해되는 것들이 있다. 빛나던 청춘은 눈부시게 지나갔고, 여명과 장만옥의 섬세한 연기와 더불어 리즈시절 그들의 모습이 이제는 그립기까지 하다. 불륜을 미화하는 영화라는 평가도 많았지만 개인적인 감상평으로는 로맨스 영화의 레전드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것 같다. 나에게는 이루지 못했던 첫사랑을 추억하게 만드는 가슴 먹먹한 영화 <첨밀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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